텍스트바이텍스처Text by Texture에 대하여
시를 쓰는 행위는 백지 위에 미묘한 방식으로 언어를 배열함으로써 하나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기록물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록물은 창작과 소비 과정에서 개별적인 해석과 이미지를 발생시킵니다. 글은 종이 위에 각인됨으로써 고정되고 굳어집니다. 이는 역으로 구전되며 변화하고 확장되는 언어의 특성을 희박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우리가 시를 씀으로써 잃어버리고 그리워하게 되는 언어의 이러한 측면이 어쩌면 인간의 몸과 삶을 본격적으로 필요로 하는, 보다 물질적인 측면과 유관하다고 느꼈습니다. 언어의 이러한 속성이 적힌 글자들이 아니라 기호화되지 않는 중첩된 이미지로 드러날 때, 언어는 고정된 기록이 아니라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물질이 되어 세계와의 새로운 관계를 개시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바라볼 때 언어는 개별적인 해석의 차원으로 분화되어 보는 이의 내부에 발생합니다. 반대로 텍스트를 읽을 때 이미지는 개별적인 생성의 차원으로 분화되어 읽는 이의 내부에 발생합니다. 우리는 이처럼 대립적인 동시에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는 이미지-언어의 관계를 탐구하고 가상의 단절을 만들어낸 뒤 각각의 대립항을 전복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출현하는 새로운 파열과 연쇄 작용을 기대합니다. 언어와 이미지의 이러한 이중 운동은 세계의 윤곽을 고정되지 않은 것으로, 부드럽고 역동적인 대상으로 검토하게 하기에, 우리는 이러한 방법론을 통해 가능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측면을 탐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