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들
오늘은 뭘 봤냐고, 또 뭘 보고 싶으냐고, 그렇게 묻는 것으로 시작되는 하루가 있다. 등을 받쳐 일으키며 이불을 걷어주고, 미지근한 물 한 잔을 건네는.
발견되는 것은 오직 잊힌 것뿐이라고, 너는 무서울 때마다 작은 돌 하나씩을 주워 매일 다니는 길의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쌓곤 했다. 잊지 않기 위해, 어느날 갑자기 무언가를 발견하지 않기 위해, 한동안 입지 않았던 옷 주머니에서 불쑥 튀어나온 물건 때문에 놀라지 않기 위해, 촘촘한 기억보다 구멍 난 망각이 위험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너는 잠든 적 없는 사람처럼, 잠도 연속되는 삶이고 삶도 지속되는 잠인 것처럼, 둘 중 어느 곳에서건, 아주 오래된 곳에서 갑자기 깨어나 내던져지는 것처럼 눈을 뜬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조금 전까지 박물관에 있었다고 한다. 진열대 안에는 돌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얼굴들이 가득했는데, 그것이 몸의 부재를 조금도 떠올리게 하지 않아 이상했다고. 이상하고 아늑했다고. 마모되고 부서지고 먼지를 뒤집어쓴, 낡고 닳았지만 깨끗한 얼굴들. 아무것도 감추지 않는, 보이는 형태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는, 돌아갈 몸이 없는 얼굴들. 빈 눈동자를 가진 얼굴들. 의미가 달라붙을 자성이 없는 얼굴들. 그것들을 마주 보는 동안 너는 처음으로 얼굴을 살아있는 사물로 느끼면서도 무섭지 않았다고. 마주 보는 동시에 눈을 버리는 것, 그게 네가 평생 원했던 일인 것 같다고.
그래, 어쩌면 사물을 죽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얼굴을 줘버리는 것일지도 몰랐다. 보는 눈앞에서 언제나 마주 보려는 눈을 갖게 만드는 것. 살아 있는 눈으로는 도저히 다 볼 수 없는, 눈이 원하는 풍경으로 눈앞에 머무를 수는 없는 얼굴을.
나는 갑자기 누군가의 오랜 잠 속에 던져진 것처럼 눈을 뜬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어둠을 사용하려는 사람, 빛의 없음을 보여주려는 사람, 장면을 오직 캄캄함으로만 칠하고 싶어 하는 이의 그림 속에 파묻히는 중이었다. 검은 물감이 우리 주위로 쌓이고 쌓이고 쌓였다. 서로를 보려는 눈의 의지가, 눈의 두려움이 우리의 둘레를 중심으로 굴을 파고 있었다.
출입구가 모호한 좁은 굴 같은, 캄캄함밖에 남지 않은 장면.
그 안에서도 왜 눈앞을 보고 싶은 마음을 멈출 수 없는
우리라는 오류가 발생하는지.
우리의 두려움이 장면 바깥 그이의 마음을
그이가 보여주려는 아름다움을 훼손한다.
굴의 캄캄함 내부에서
볼 수 있는 것의 영토를 넓히기 위해
우린 마주 보는 수밖에 없었지
안팎이 맺은 관계란 얼마나 연약한 것인지
얼마나 밀접한 거리인지
우리는 다 보이는 채로만 아늑함을 느낄 수 있었지
두 개의 헤드랜턴을 쓴 두 개의 머리로
광원으로 대체된 얼굴로
마주 보며 걸었어
하나는 등 뒤로, 다른 하나는 눈앞을 향해
걸었어
서로의 얼굴 사이에 놓인 공간만큼을 볼 수 있는 세계로 두며
사이에 놓인 어둠을 깨뜨리며
우리의 마주 봄이 공간을 켠다
아무것도 추상이 되지 않는
아주 밝은
모든 돌기가 선명한
마주 보며 눈을 버린 둘 사이의 구체적인 파편들
헤드랜턴 불빛이 시선을 삭제하고 있었고
우린 마주 본 채로 서로의 얼굴을 잊고 있었다
내가 가진 두려움은 자꾸 뭘 보려는 습성을 가진 것이다
빛 있는 곳으로 가려고 파닥거리며 가만있질 못하는 것이다
얼굴은 헤드랜턴 뒤편의 어둠에
안전하게 잠겨 잊힌다
네가 작고 단단한 돌처럼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
작게 퍼지는 빛을 내는 이상한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받아 마시는
돌아갈 이부자리를 가진
살아 있는
돌처럼 보여 안심된다
이제 너는 얼굴로 발견될 수 있다
이불을 걷어주고
딱딱한 등을 받쳐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