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배우기 1이 시는 누아누nuuanu의 2023년 여름 시즌을 위해 쓰였다.
문 하나를 열듯이
한 꺼풀의 옷을 벗었을 뿐인데
벗은 몸에 한 꺼풀의 옷을 덧입혔을 뿐인데
손 넣을 주머니가 필요하지 않은
제정신 아닌 햇빛과 중구난방 부서지는 물결이 눈 속을 휘젓는 여름
귀퉁이에서 썩어가는 시간
중심부터 녹아내리는 시간
무겁게 내려앉는 공기와 가볍게 떠오르는 몸
먼 곳에 가져다 둔 몸으로 더 먼 전망만 갖게 되는 여름이라고
이런 눈으로 보고 있어
여기서 소리를 가질 수 있는 몸은 물 뿐이라는 듯이
여기서 몸을 가질 수 없는 것은 물 뿐이라는 듯이
구르는 돌이 우리를 웃게 하네
모래투성이 팔을 맞대며
짓무른 피부
검붉게 벗겨진 어깨로
연약한 약속을 나누며
법석을 떨고 잔을 부딪치며
가볍게
순간과 순간 사이를 건너다니며
신발에서도 이불에서도 배기는
흰 쌀밥과 함께 씹히는 모래알처럼
내 꿈까지 따라올 기세로 들러붙어 있는
우리가 지운 짐을 등에 업고
양손에 쥐고
껴안고
터지는 물풍선처럼
접시 위에서 부서지는 물방울처럼
구르는 자갈처럼 웃으며
가볍게 떠오르는
본 적 없는
아무것도 없는
상상 바깥의
의미에서 달아난
이렇게 가벼운
끈적한 피부
잡은 손을 넣을 주머니도 필요 없는
영원 비슷하게 생긴
여름 알지?
- 이 시는 누아누nuuanu의 2023년 여름 시즌을 위해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