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는 잘
구별되지 않는 것들
밝은 곳으로 갔다. 개 고양이 거북이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돌아보니 민이 정이 준이였고
A B C는 나의 잔디 산세베리아 자귀나무였는데
나는 정원에 물을 주며
호스 밖으로 뿜어지는 물방울들이 하나하나
둥근 빛이라는 사실을 서서히 납득하고 있었다.
개 고양이 거북이 중
개 고양이와는 살아본 적 없는 내가
잔디 산세베리아와 데면데면하고
자귀나무 아래에서는 잠들어본 적 있는 내가
밝은 곳으로 갔다, 그때
자귀나무 이파리 사이로 떨어지던
빛이 있었다.
눈꺼풀이 빛의 웅덩이가 되었다.
민아 정아 준아
나를 부르는 이름들이
모두 나의 꿈으로 들어오겠다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나는 그 장난이 마음에 들었다.
A는 손바닥을 맞대는 것
B는 맞댄 손을 비트는 것
C는 양손을 펼쳐서 보여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