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하고 어수선한 삶
돌아와. 선베드에 누워 있었다. 돌아와, 돌아와. 몸을 뒤척였다. 수영장은 펼쳐져 있었다. 누워서도 보이고 앉아서도 보였다. 언제 잠든 건지 모르겠다. 언제 깨어났는지도. 그러나 수영장은 현실적이었다. 구름을 살살 흔들고 있었다. 돌아와. 뭐라고?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천사가. 한쪽 눈을 감은 천사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내 애인은 아니었다. 내 친구 무리의 일원도 아니었다. 돌아와, 현실적으로는 천사의 말이어야 할 목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졌다. 숲속? 나는 일박에 백이십 달러짜리 리조트를 예약했었다. 그 사실을 떠올리자 숲은 싸구려 리조트로 변해갔다. 공사장 소음이 들렸다. 오백 년 된 나무를 자르라고요? 누군가의 어이없는 듯한 외침. 돌아와, 드릴 소리가 내게 돌아오라고 말했다. 아니, 돌아오라는 말은 드릴 소리였다. 한쪽 눈을 감은 천사는 입이 없었다. 돌아와. 한쪽 눈을 감은 천사가 질주하더니 이내 다이빙 했다.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앙상한 천사의 새파란 비키니. 돌아와, 돌아와…… 천사는 수면에 얹혀 있던 구름의 형상을 찢으며 사라졌다. 이 리조트, 오백 년 된 나무를 잘라버린 자리에 지은 것임을 알았더라면 예약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숲속으로 산책이나 갔을 텐데. 걷고 걷고 또 걸었을 텐데. 한쪽 눈을 감은 천사가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나는 그의 열려 있는 눈을 바라보며 손을 까닥거렸다. 돌아와, 자기야.
한쪽 눈을 감은 천사가 물 밖으로 걸어 나왔다. 날개에서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우리의 휴가로 돌아왔다. 숲에는 지평선이 있었을 것이다. 태양이 걸쳐져 있었을 것이다. 좌우로 길어지는 붉음이 일출인지 일몰인지 구별되지 않았을 것이다. 천사의 감은 눈 속에 담겨 있는 동공을, 누군가 태양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나는 곁에 누운 천사의 한쪽 얼굴이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 그의 피부에 맺힌 물방울 속에서 또 하나의 태양이 저물었다가 다시 떠오르는 과정을 본다. 천사는 여전히 한쪽 눈을 감고 있다. 이게 아니면 달리 무슨 삶이 있겠어. 우리의 웃음소리가 나무를 흔든다. 아니, 나무의 흔들림이 우리의 웃음이다. 나는 나무로부터 천사의 얼굴로 서서히 떨어지는, 낙엽이었던 입술 하나 바라보다가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