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지 않는
너는 독특한 인상을 줄 정도로 엉성하게 움직이는 사람이었는데, 그건 도무지 습관이 쌓이지 않는 몸을 가진 것 같은, 매번 새로운 결정을 수행하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지.
너는 결정과 움직임 사이의 틈새에 순순히 발이 걸리는 사람처럼, 솜이불 위에서만 사는 사람처럼, 지면의 부드러움을 믿는 몸짓으로 자연스럽게 넘어지곤 했지. 넘어짐은 문턱을, 문턱은 통로와 문을 만든다. 걸려 넘어지는 것은 문 너머로 들어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문밖으로 나가기에도. 그래서 너는 매 순간 초기화되는 몸을 가진 사람처럼 넘어지고 일어나고 다시 움직였지. 일단 몸을 찢은 다음 찢어진 몸의 나머지 조각을 향해, 틈새를 건너 겅중겅중 걸어가듯이. 떨리는 손으로 접착제를 발라 붙이듯 느리고 섬세한 동시에 엉성한 동작으로. 너의 팔과 다리가 가로지르는 공기를 찢어 벌려놓듯이. 몸의 모든 부분 사이에 어쩔 수 없는 간격이 있는 것처럼. 갓 태어난 네발 동물처럼. 아직 시간에 속하지 않은 몸처럼 넘어지기. 일어나기. 걷기. 달리기. 하품하기. 계단 오르기. 주저앉기. 머뭇거리기. 눕기. 모퉁이 돌기. 눈 감기.
눈 뜨기. 시선은 풍경을 발생시키고 동사를 데려온다. 풍경은 네가 놓인 장소가 아니라 너의 움직임, 그러니까 네가 움직이는 속도와 자세라고. 네가 속한 시간과 너에게 가능한 속도라고 너는 말했지. 너의 움직임, 너의 움직이는 눈, 네 눈의 깜빡임. 그리고 눈을 깜빡이는 순간 과일을 감싼 설탕 껍질처럼 파사삭 깨지는 풍경이 있어. 너의 눈꺼풀은 ‘감다’는 동사를 배우지 못한 것처럼 언제나 희미하게 떨렸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성가실 만큼 조그마하고 연약한 것들로 이루어진 미미한 더미가 네 재산의 전부였는데. 그건 네가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것만을, 주머니에 넣은 채로 언제든 더듬어 볼 수 있는 것만을 세계라고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지.
열 개의 손가락, 집 모양으로 깎은 지우개, 선별된 눈동자, 만져 본 이목구비, 만지면 볼 수 있는 얼굴, 깨진 창문 파편, 빵 부스러기, 귤 한 조각, 머리카락이 엉킨 빗, 개의 보드라운 배털, 펼치면 아무 곳에나 장소를 만들 수 있는 손수건 같은 것
무질서한 더미가 언제나 너의 손안에 있고
돌아갈 집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빵이
없었지.
네 주머니 안에서 얼굴은 단단하고 작은
너무 작아서 낯선 돌 같은 것이 되고
얼굴은 부사보다 연약해서
너무 아름답거나 너무 낯선 얼굴은 얼굴이 아니게 된다
작고 복잡한 검은 돌
매끈해 보이는 검은 돌
손으로 더듬으면 셀 수 없이 여러 개의 면을 가진 표면이 되는 돌
그러나 모든 것은 다 돌의 얼굴이며
중요한 것은 돌의 복잡함, 그 자체라고
너는 손바닥 안에서 굴릴 때마다 얼굴이 달라지는 돌을 보며 생각한다
너는 언제나 거울을 보는 대신 얼굴을 더듬어보는 쪽을 택하지. 그것이 깨끗한 발생을 만드는 것으로서의 눈을 유지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손은 깨끗한 동작으로 사물의 표면을 따라 움직이네. 손은 순수한 자세로 습관이라는 음악을 따르네. 손의 습관은 너의 사람됨을 잠깐 잊게 만드네. 손은 자연스럽게 세계와 무관해지네. 손은 가볍고, 은박지를 뭉치듯 구겨 주먹을 만들 수 있어서 언제나 가져 다니기 좋네. 손은 질문을 떠올리지 않네. 손은 기호를 원하지 않네. 손은 간격을 받아들이네. 손은 틈새를 꼼꼼히 더듬으며 지나가네. 틈새를 궁금해하지 않네. 틈새에 대한 이야기를 지어내지 않네. 손에는 손의 노동이, 노동에 따르는 습관이, 습관의 반복이, 반복의 아름다움이 있네.
주머니 속의 돌에 손을 맞대면
그것의 감은 눈이
떨리는 눈꺼풀이 느껴져.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사람
내 옆에 있고 우리 사이에는
간격이, 통로가, 시선이, 움직임이
없고
풍경이 될 수 없는
너무 가까워서 녹은
얼굴이 어느새 손안에 있다
그것은 손에 잡히지 않으며
손바닥을 더듬을 때 순간적으로
세계를 부드럽고 선명하게 드러내는 표면이 된다
나는 이제 빈 주머니에
얼룩덜룩한 손을 집어넣는다
우리는 주머니 바깥의 집으로 돌아와
습관대로
따뜻한 빵을 손으로 뜯어 먹는다
습관은 평생에 걸쳐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