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마중
나무가 반짝거린다. 반짝거리는 나무란 게 있을 수 있나? 그건 언니 집 대문을 이루는 나무다. 몇 명의 친구들이 더 있구나. 문득 알고 나는 놀란다.
언니는 물을 떠 온다. 나는 물을 마신다. 컵은 반짝거린다. 물 묻은 입술들도 반짝거린다. 침대가 있구나. 액자가 있구나. 나는 다시 놀란다. 언니는 나와 친구들에게 어떤 농담을 한다. 세 명이거나 네 명인 친구들이다. 언니는 잘 웃지 않는 편이다. 언니는 키가 아주 크고, 내가 올려다볼 때 나를 내려다본다.
셋 혹은 넷인 친구들. 나, 그리고 언니. 액자 속에 고양이 사진이 있다. 이제 없는 고양이. 둘 혹은 셋인 고양이가 우리들의 무릎을 건너다닌다. 그러면 나는 언니였다가 나였다가. 언니일지도 모르는 친구가 된다.
창밖에는 커다란 나무. 구름일지도 대문일지도 모르는 그림자가 얼굴 위로 드리워질 때, 언니는 나를 놀린다. 내게 수염이 난 것 같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그냥 고양이로 변해버릴까 싶지만 잘 되지 않는다. 고양이 이름은 올레. 내 이름은 선아다.
언니 이름은 뭐예요. 그러면 언니는 화를 내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르겠는 얼굴로 나를 본다. 교복에 흰 털이 묻어 있다. 셋이거나 넷인 친구들의 무릎에도 묻어 있다. 같은 고양이. 같은 친구들. 나, 그리고 언니. 어두운 나무 천장 아래에서 우리는 어느 순간 동시에 웃음을 터뜨리는데, 그걸 나는 반짝거린다고 기억하고 있다.
이건 언니 장례식 가기 전에 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