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이미지
펜과 공책을 들고
영화관에 갑니다
오랜 습관이에요
영화관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를테면
빛은 뒤에 있다는 것
옆자리가 있다는 것
비어 있다는 것
비어 있지 않을 때에도
비어 있다는 것
콜라
콜라나 커피
어두워진 팝콘을 씹으며
웃으면 나의 앞니가
이자벨 위페르의 얼굴로 물들어 간다는 것
웃지 말아야 해
동시에 웃어야 해
그런 장면이 많다는 것
오리가미가 종이접기라는 것
origami
origami
말하던 입술이 클로즈업될 때
오
하는 입술의 어두운 안쪽을
영사기가 쏠 때
오리가미는 종이접기다
오리가미는 종이접기다
그렇게 적지는 않고
나는 나의 영화를
어떻게 찍을지
그런 것을 생각하며
펜을 움직입니다
나의 영화
나의 영화는 아직 없는 것
앞으로도 없을 것
나
나도 아직 없는 것
앞으로도 없을 것
그러나 어둠 속에서
펜은 움직입니다
영화사
제작사
감독
배우
눈부신
봄날
극장을
나오면
공책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ㅏㅇ햇ㅊ비고 ㅏ
ㅅ 아름답
ㅛㄱ..
오리가미는 종이접기
종이접기는 오리가미
이것은 나의 영화입니다
콜라를 든 사람
커피를 든 사람
모두 팝콘을 들고 있습니다
이자벨 위페르
이자벨 위페르의 얼굴에서 자라나는
이자벨 위페르
통로는 영사되고
통로는 통로의 끝에서 자라나고
공책과 연필을 가방에 넣는 나와
연필과 공책을 가방에 넣는 사람들
목례하며 멀어지는
나, 옆자리 사람, 이자벨 위페르
우리의 빛
우리의 어 ㄷ
ㅜ
ㅁ
…
…
오리가미 옆에 종이접기
종이접기 안에 오리가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왼발
오른발
번갈아
움직이며
나는 인파 속으로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