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들⟫ 작업 노트
⟪전망들⟫은 ‘전망’의 어원―‘펼 전(展)’과 ‘바랄 망(望)’―이 가진 언어적 구조에서 출발해 ‘보는 행위’와 ‘바라는 마음’ 사이의 동시적 진동을 지각의 조건으로 삼는 시 연작으로, 시선의 운동, 감정의 구조, 바라봄의 실패와 어긋남, 그리고 지각과 형상 사이의 미세한 간극을 탐색한다. '전망'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것은 눈앞의 풍경을 조망하는 행위와 ‘펼쳐진 것을 바라는 행위’, 혹은 ‘바라는 마음에 의해 무엇인가가 펼쳐지는 순간’ 사이의 중첩과 교환이다. 여기서 전망은 더 이상 풍경을 구성하는 거리나 높이 같은 물리적 조건에 기반한 보기의 양식이 아니다. 그것은 지각과 감정, 언어와 형상, 인식과 이미지가 뒤엉켜 발생하는 하나의 관계적 형식이며, 불확실성과의 공존을 감각하고 감당하려는 실천에 가깝다.
⟪전망들⟫은 고정된 시점이나 명료한 관찰자의 위치에 기반하지 않는다. 시선은 대상에 수렴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어긋나고 빗나가며 미끄러지는 부드러운 궤적을 따른다. ‘보기’는 고정된 시점이나 관찰자의 위치가 아닌 불확정성과 어긋남을 수용하는 운동으로서의 시선, 즉 무언가를 정확히 응시하거나 포착하기보다 지속적으로 빗나가고 흔들리는 인식의 층위에서 반복되는 행동 양식이다.
복수형 ⟪전망들⟫은 단 하나의 전망, 단일한 시점이나 조망, 혹은 하나로 수렴된 관점을 부정하며 일관되거나 통합되지 않는 보기의 감각, 다수의 시점과 소실점, 그 불완전하고 비동기적인 상태를 수용한다. 이 연작에서 전망은 전지적이고 고정된 시각으로 대상을 내려다보거나 세계를 조망하는 단일한 시점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선을 구성하는 지각의 층위, 감정의 움직임, 바라보는 태도의 불안정성, 그리고 ‘보이는 것’의 형성과 해체 과정은 언제나 병렬로 존재하며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흔들리다 이따금 만나 서로를 헝클어뜨린다. 복수형 ‘들’은 언어 내부에서 다성성과 비확정성을 허용하는 구조적 틈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전망들⟫은 어떤 전망의 총합이 아니라, 바라보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자주 실패하고, 어긋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된다는 사실이 그리는 궤적이다.
전망은 보는 자와 보이는 것 사이의 불일치, 혹은 지각과 언어 사이의 간극이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과정이다. 그 틈 안에서 반복되는 호출과 응답의 움직임이 전망의 형태로 존재한다. 시선은 직선적으로 대상에 수렴하지 않고, 끝없이 머뭇거리며 빗나가는 부드러운 동선을 그린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시와 세계 사이, 시선과 언어 사이에서 완결되지 않는 접속의 가능성, 혹은 끝내 도달하지 않는 대화의 운동으로서 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