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의 기계적 성질

꿈에서도

꿈을 제외한 모든 일은 실패한다 ¹이 시는 누아누nuuanu의 2023년 여름 시즌을 위해 쓰였다.

꿈에 기대선 몸이 무너질 때

장소를 이해하지

여기 집이 있어

시간에게 현재성을 훔쳐 온 장소

이 집에서는 손님들만 다디단 잠에 빠진다

너는 바깥과 이곳 사이의 얄팍한 가장자리를 벗겨내

덮고

몸을 잊어버린 것 같은

죽은 듯한 잠에 빠지고 싶다고 했지

몸이 이불을 가로막은 채로는

이불에게는 제약일 뿐인 몸과 함께는

그런 잠에 취할 수 없었지

몸을 깨뜨려 봐

아주 조그만 조각들로 부서진 몸을 다시

더 자디잘게 빻아 봐

마침내 따뜻한 모래처럼 아늑해진 것을 덮어 봐

가볍고 보드라운

이불로서의 미덕 외에는 어떤 의미도 운반하지 않는

아늑하게 깨진 몸을 덮고 잠든

너의

취약함으로 빚어진 얼굴

늘어선 시간들을

깨끗하게 삼켜버린 잠

지금 이 잠 바깥에는 아무것도 두지 않는, 그런 잠에 취한

죽음도 속일 수 있을 것 같은 얼굴을

신도 부러워했지

나는 신에게 그것을 되팔고 싶었다

‘신도 부러워한 잠’이라는 문구로 광고를 내고 싶었다 아니야,

친구들에게 그냥 막 쥐여주고 싶었다

너의 잠을 사고 싶다고, 훔쳐서라도 갖고 싶다고, 그걸 빚은 건 나라고

나만큼 그걸 이해하는 이는 없다고

문전성시를 이룬 신들 너머

세상모르고 잠든 너

시간이 네가 덮고 있는 조각들을 더 잘게

곱게 부수고 있다

당신이 이걸 만들었다고요?

이해할 수 있어요?

만들기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해체하기, 조각내기, 작게, 잘게, 더 조그맣게, 안 보일 때까지

깨뜨리는 것만이 이해다

너는 몸을 다 이해한 것 같은 개운한 얼굴로

깨진 잠에서 몸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