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1〈기형도〉 모티프 시 낭독회를 위하여 작성됨.
2
서울의 밖에서 서울을 떠올리며 발을 옮기자. 풀이 누웠고 누운 풀들과 함께 마음을 눕히며 걸음은 구름 소리를 냈다. 구름은 걸음 소리를. 내가 아닌 것들이 나의 소리를 냈다. 서울은 종로. 종로는 불빛. 그 밤에는 빌딩 창밖으로 불쑥 뻗어 나온 손이 주먹을 펼쳤고. 그 속에서 반딧불이 몇 마리 풀려나 시계 반대 방향으로 빙빙 돌다가. 돌다가. 빌딩 너머로 언덕 너머로 비둘기 목구멍 너머로 사라지는, 그런 운동을 바라보았습니다. 터널 산책을 하였습니다. 이 날씨가 나의 아이들, 나의 환한 아이들이다.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3
일곱 살, 나는 노란 티셔츠 입은 동갑내기 친구 손을 잡고 집 밖으로 뛰쳐나가,
수십 년 만에 그 아이의 손을 잡고 다시 집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아이도 나도 다 자랐지만, 거실 창으로 들어온 금빛 햇살이 티셔츠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집안은 그대로였다.
가구들, 접시들, 천천히 열리는 방문들
친구는 어쩐지 와본 것 같다 말하며 소파에 드러누웠다.
텔레비전에서는 내가 좋아했던 가수가 좋아했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화초가 죽어 있었고
우리는 샤워를 하고 싶었다.
배도 고팠다.
반바지가 너무 작아져 있었다.
뭘 먹어야 할까
이건 어떨까
우리는 침대에 걸터앉아
한 음 한 음을 찾아가면서
가슴팍을 떨면서
박자를 만들며
어느새 우리는 나란히
금빛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4
너를 따라가, 나란히 걷는 것 같지만
내가 한 걸음 늦게 가고 있어
여기서는 너의 귀가 잘 보여
하얗고 귓불이 붙어 있지 않고
귓바퀴 굴곡 아래 작은 그늘이 들어차 있는
속에 물렁뼈가 가득한 너의 작은 귀를
보고 있어, 빛이 솜털을 절반만 통과하는 모습을
천천히 걷는 것 같지만 사실 길을 잃은 거야
폭포를 보러 가고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물소리가 들리지 않아
너의 귀는 균형을 잃었어
왼쪽 귀와 오른쪽 귀가 똑같이 이해하지 않고 있어
나무 아래에서 깨어났을 때
우리 위에서 흔들리던 나뭇가지가
모두 걷혀 있었어, 밋밋한 하늘이 눈앞에 가득해서
놀라 일어났는데 너는 미동도 하지 않았어
폭포를 찾아야 해, 폭포를 보고 싶다
너를 세게 흔들었지만 소용없었어
그때 너의 귀가 떨어졌나 봐
혼자 폭포를 찾으러 가던 길에, 나의 왼쪽으로
흘러가는 강을 보았어 강물에 둥둥 떠내려가는
하얀 귀를 보고 말았어.
떠내려가는 귀를 따라가면서
한 걸음 늦게 따라가면서
왠지 가다보면 폭포가 나올 것 같다
그럴 것 같다 중얼거렸어
- 〈기형도〉 모티프 시 낭독회를 위하여 작성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