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카포
우리가 그 바다에 매일 갔던 건 바다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그 바다가 흰 바다였기 때문이다.
그 바다가 흰 바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흰 바다가 희지 않은 바다의 가죽이었기 때문이다.
희지 않은 바다가 흰 바다를 헝클어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흰 바다는 흰 바다보다 어설펐다.
희지 않은 바다는 희지 않은 바다보다 바스락거렸다.
엎치락뒤치락하는 형상은 파도의 행렬일 뿐 우리가 아니었다.
아니었다. 우리는 아니라고 말하러 바다에 간 것이다.
아. 안
니. 녕
SAL
UT S'EN VA
네 개의 손에 네 개의 돌을 쥐고서. 우리는 네 개의 전모를 쥐었다고 생각했다. 바다의 끝에 살던 돌들이었기 때문이다. 바다를 끝으로 이끄는 돌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절벽의 측면을 따라 걸었다. 측면의 기울기를 베껴려고. 측면 위에 잠시 맺혀 보려고. 절벽은 그림자를 따라 느리게 꺾이는 운동을 하고 있었다. 네 개의 돌이 네 개의 온기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네 개의 돌이 네 개의 ……를, 네 개의 손이 네 개의 ……, 네 개의… 네 개는, 네 개의, 네 개로… 네 개와 네 개의 네 개가 태어날 것 같았지만. 네 개의 네 개에게 엎드려 하고 하고 싶었지만. 네 개의 귀로 네가 나를 들어주고 있었다. 나를 들으려고 너를 부르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안……녕…… 너는 어떤 그림자의 측면이니.
우리가 햇볕 아래에서 멈춘 건 햇볕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햇볕이 돌처럼 뭉치고 있어서 뭉치는 햇볕 곁에서 우리가 가까스로 멈춰 있어서가 아니다. 우리는 팔을 들어올렸다. 심장을 들어올렸다. 약한 심장과 강한 심장이 함께 뛰었다. 팔과 팔이 겹쳤다. 목과 목이 어긋났다. 춤이 몸과 바다의 접속사였다. 우리를 가져가. 가져가세요. 우리가 안녕 안녕 외치며 솟구치는 동안. 그을리면서. 우리를 빼앗기면서. 흰 바다 위에 인체 해부도를 그리면서. 콘크리트를 양생하면서. 거대 눈사람을 빚으면서. 부수면서. 엎드린 눈이 되면서. 눈과 함께 멍멍 부서지면서. 한국어를 잊으면서. 짖고 침 흘리고 땀에 잠기면서.
우리는 어느새 흰 개의 머리와 꼬리가 되어 있었다. 나는 머리 너는 꼬리. 네 개의 다리가 땅으로부터 우리를 밀어내고 있었다. 내가 멍멍 하면 너는 흔들리고. 네가 흔들리면 나는 돌아보고. 동시에 환희하고 동시에 옆모습이 된다. 자, 물어와.
돌이 날아간다.
하나의 영혼에 실린 우리가 새파란 물결을 따라 달려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