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돌 안에서
이를 수 없는 온도가 있다
무엇을 녹여 만들었다 해도 믿을
아주 검은
아주 단단한
돌 하나를 주웠을 때
중심의 곁에서
문을 열면
썩기에 좋은 온도
생각을 삭제하는 더위
덥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생각
모든 것을 녹이며 집어삼키는 날씨가
썩지 않는
썩는 대신 흐르는 땀과 함께
생각을 틀어막는 숨과 함께 서 있는 겨울
녹아내린 세계가 시선을 가리는 장막이 되는 겨울이
복원을 통해서만 완성되는 장면이
장면 속의 밀가루 더미 같은
백사장이라는 말보다 더 흰 사막이
도시와 같은 크기의 일감이
있고
일을 따라 떠도는 걸음들이
구르는 바퀴가
있어
우리는 손발을 움직이고 연장을 쥔다
무덤과 같은 재료로 두려움을 빚는
모래
어둠
속에 멈춰서도
눈꺼풀을 닫고도
그것을 밀어 올릴 힘을 껴안으며
웅크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더 먼 곳을
생각 속에서만 보이던 전망을
가질 수 있지
지면을 허무는
날씨와 뒤섞어 버리는
모래와 공기 속에서
불타며 넓어지는
넓어지는 동시에 사라지는
모래땅 위를 떠돌며
닿을 지면 없이도 움직이는 발로 우리는
너무 멀리 와 있어
멀어져 온 자리를 알 수도 없을 만큼 먼 곳에서
서성이다
검은 돌 하나를 주웠지
아주 작은
세계를 녹여 만든 것처럼
다른 세계의 파편처럼
무거운
중심을 벗어날 수 없는 무게로
경계를 헝클어뜨리는 모래 속에
흠집 없는
흐트러짐 없는 아주
조그만 경계를 이루며
견고한 윤곽으로 놓인
검은 돌
돌을 손에 쥔 사람은 오는 길에 양을 잡는 장면을 보았다고 했다
과정이 완벽하다면 끔찍하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고
다뤄지는 재료보다
재료의 물성보다 물성에 깃든 생명보다 생명에 서린 생활 생명에 배인 공간 생명에 깃든 시간 같은 것보다
다루는 손길 자체에만
그것의 정교함에만 눈길이 가기 때문이라고
정교하게 줄을 맞춰 선 들개들 앞에서 말했지
그런 정교함은 무엇을 지키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지
검은 돌을 주머니에 넣고 그이는
모래 속을 걸었어
손과 발을 움직였어
움직일 수 없는 중심을 주머니에 넣고도
손에 쥐고도
중심에서 이탈하며
언제나 중심의 곁에서
정교한 손길로
전망을 빚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