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나야. 유리창 너머에서 낯선 잉어 말 걸었다. 유리창 위에 낯선 잉어 옆에 내 얼굴 얇게 떠 있었다. 번들거리며 희박해지는 얼굴 안으로 낯선 잉어 헤엄쳐 들어온다. 나야. 잉어 고개를 돌려 내게 옆모습을 보여준다. 나도 몸을 돌려 그에게 옆모습을 보여준다. 잉어의 입에서 돋아난 거품 한 알 느리게 떠올라 수면에 맺힌다. 느릿한 움직임 내 눈에 맺힌다. 수면은 천 년 전에 떨어진 빛을 넓게 머금고 있었는데. 그렇게 물과 하늘을 구별하고 있었는데. 거품 한 알이 빛을 깨고 돋아나는 바람에 하늘과 물 잠시 하나다. 얇고 서툰 하나. 그러나 거품 한 알 깨진다. 하늘과 물, 하나가 아니되도록 깨지고 잉어는 내 얼굴을 깨뜨리며 여전히 얼굴 안에 있네. 낯선 뻐끔거림을 하고 있네. 그러나 나긋한 목소리로 말한다, 나야. 잉어의 것인지 나의 것인지 알 수 없이 다만 물이 떨린다. 허공은 떨리지 않고 조각난다. 낯선 허공의 조각조각이 잉어와 나를 모자이크 한다. 너를. 나는 서서히 너를. 나는 서서히 너를 너라고. 나야. 잉어가 얼굴에 담기며 낯익어진다. 번들거리며 희박해지는 잉어와 나. 유리창이 모자이크를 걷어낸다. 나의 눈동자에 얹히는 잉어의 눈동자, 기꺼이 잉어의 살이 되려 하는 나의 뺨. 한 개의 몸으로 응결되지 않으려는 몸짓.
보여? 또렷이
보여? 익사하지 않고 우리는
우리가 된단다.
우리?
나는 놀란다.
유리창이 떨린다.
놀란 날 보고 물이 웃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