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동안의 피아노 음악
홈파티 중 거실 바닥에 구멍이 났다. 그 집에 세들어 사는 파울라는 거의 울고 있었다. 원목으로 된 바닥을 보수하는 비용은 매우 비싸고, 파울라는 독일의 무명 배우고, 그의 룸메이트 역시 배우인 동시에 작은 카페의 직원이다. 소파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동시에 앉는 바람에 작은 나무다리가 날카롭게 부러지면서 바닥을 뚫은 모양이었다. 소파를 들어올리자 엄지손톱만한 구멍이 보였다.
레게 머리를 한 친구 한 명이 공구함을 가져왔다. 소파 다리를 먼저 보수하더니 바닥의 구멍을 알맞은 크기로 메우기 위해 나무조각을 깎기 시작했다. 다들 소파와 바닥을 버려두고 술을 마시러 돌아갔지만 그는 구멍 옆에 주저앉아 한 시간째 나무를 깎고 있었다. 애인이야? 물었더니 파울라는 아니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피해 베를린에 온 친구인데 이전에 살던 집에서 두 달 정도 지내게 해주었다고 했다. 쟤는 고양이 때문에 짐가방을 다 버리고 왔어. 고양이만 안고 기차에 탔어. 그런데 고양이 있는 사람은 집 구하기 어려워, 그래서 재워줬어. 두 달 뒤에 새로운 집 구해서 나갔어. 고양이는 그 집 발코니에서 떨어져서 죽었어. 파울라는 유창한 한국말로 이야기하더니 다시 울 것 같은 얼굴을 했다.
레게 머리 친구가 파울라를 불렀다. 구멍은 적당한 크기의 나무조각으로 거의 완벽하게 메워져 있었다. 구멍과 바닥 사이에 동그랗고 검은 윤곽이 흉터처럼 남아 있었지만 매끈했다. 우리는 메워진 구멍을 바라보며 환호했다. 파울라는 레게 머리 친구에게 신사처럼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 소파는 제자리로 돌아갔고, 구멍은 잊혔으며, 모두가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