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어요.” 나의 성실한 학생은 말했다. “아름다운 시를 써 오세요.” 다음 날, 나의 성실한 학생은 죽은 동물과 슬픔에 관한 시를 써 왔다. “이건 아름다움도 아니고, 시도 아니에요.” 나는 아름다움이 뭔지도 시가 뭔지도 몰랐지만 그렇게 말했다. 성실한 학생은 다음 수업에 죽은 동물과 기쁨에 관한 시를 써 왔다. 그다음 수업에는 죽은 동물과 사랑에 대해, 그다음 수업에는 죽은 동물과 죽음에 대해…… 그는 너무 성실해서 시 쓰기를 멈출 줄 몰랐다. “이건 아름다움도 아니고, 시도 아니에요.” “이건 아름다움도 아니고, 시도 아니에요.” “이건 아름다움도, 시도……” “제 시가 폭력적인가요?” 어느 날 나의 성실한 학생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답했다. 폭력이 뭔지도 몰랐지만 그렇게 말했다. 뱀, 흰머리수리, 사막여우, 러시아 심해어…… 길고 이국적인 학명의 동물들이 그의 시 속에서 자꾸만 죽어가고 있었다. 죽은 동물이 스타일이 되어가고 있었기에 나는 그 학생을 죽이기로 했다. 나의 성실한 학생, 미안해요. 마침내 나에게도 스타일이 생겼다. 나는 그를 박제하여 칠판에 걸어두었다. “이건 아름다움도 아니고, 시도 아니에요.” “아니에요.” 나의 성실한 시체가 아름답게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