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손 없이
구름을 찢고 있을 때
진짜 간지러웠어
손안을 흐르는
간지럽히는 찢긴 구름의 단면
자꾸 웃음이 터지는 통에 몇 개의 구름을 놓쳤는지
흘러가는 구름을 잡으려다 그만
간지러워서 또 웃어버렸는지
한 번 터진 웃음이 얼마나 쉽게 커다래졌는지
손이 자꾸 비워졌는지 몰라
네가 쓴 이상한 모자를 보느라 몰랐어. 이렇게 광장의 모든 사람이 모자를 쓰고 있다는 것. 모자 쓴 사람들 사이로 호수가 흘러가고 있다는 것. 오리털 파카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 쓴 사람, 깃털의 가장 내밀한 부분으로 만든 것처럼 하늘거리는 앙고라 모자를 쓴 사람, 인조 모피 머플러를 모자처럼 머리에 감은 사람, 옆집 늙은 개처럼 커다란 귀가 달린 털모자를 쓴 사람, 뉴욕양키즈 로고가 큼지막하게 수놓인 빨간색 볼캡을 쓴 사람, 떨어진 새 둥지를 그대로 머리에 얹고 다니는 것 같은 사람……
바람이 계속 흐르고 있었어
건물이 계속 환해지고 있었어
희게 더 희어져서 흰 구름 흰 하늘 흰 눈과
흰 눈을 보는 눈의 흰 부분과
뒤엉키도록
혼동되도록
바람 소리 같은 심장 소리
심장 소리 같은 바람 소리
찢어진 구름 사이로 쏟아진 흰 새들
흰 물 위의 흰 구름 위를 흐르네
흰 물을 흰 구름을 찢으며 흘러가네
물결이 구름을 찢으며 웃고 있네
찢어진 물이 찢는 구름 너의 발을 적시네
구름을 찢으며 헤엄치는
첨벙거리며 웃는 발바닥
흰
빈
텅 빈
빈 너와 빈 구름
찢어진 구름을 맨발로 밀어내며 나아가는 너
건너편에서 손을 흔드는 너와 흐르는 너 흐르며 돌아오는 너
구름을 업고 구름을 찢으며
찢긴 물 사이로
이쪽으로
오는 너
구름을 끌어당겨 덮는 너의 체온
갓 구운 식빵을 뜯어 먹는 우리의 무릎 아래
흰 빵 조각
희게 퍼지는 김
흰 깃털
흰 구름
조각을 나르는
흰 개미들
지붕 아래
백 갈래로 찢어진 구름
사이로 새는 웃음
사이로 날아가는 모자
사이 인간의 얼굴
구름은 갈기갈기 찢어져 흩날리고 있었지.
눈처럼 보였지만 볼에 닿아도 차갑지 않았어.
그래 전부인
구름 하나가.
하늘의 찢어진 피부 사이로 어른거리는 너의 웃음이
너의 웃음이 비추는 하늘의 찢어진 피부가
모든 걸
그래 모든 걸 찢어 삼키고 있었지.
커다란
커다란 웃음의 입안
아늑하고 부드러웠지.
집인가 했지.
모자의 안쪽인가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