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고 부러진
그때는
겨울도
밤도 아니었어.
새벽 호수를
헤엄친 적도 없었지.
그러나 물속에서 내가
올려다보았을 때,
구름 아닌 무언가
흘러다녔고
저게 나일까 생각했지만
아마도 아니었지.
나는
“그건 내가 아니야”
라고 말하러
여기에 온 게 아니야.
“그건 네가 아니야”
라는 말을
들으러 온 것도 아니고.
여기,
여기서는
야윈 빛이 부푼 물 위를
흘러가지 않았지.
물은 얼지 않았고,
그 얼음을 꿰는
실도 없었어.
당연히 주렁주렁 열리는
얼음도 없었지.
바늘도 없었고
우리들의 윤곽을
박음질할 실도 없었어.
새 한 마리가
실 없이 태어났어.
그 실은 새보다는
새의 울음소리와 더
닮아 있었어.
물속에서 나는
물이 될 뻔
하지 않았고 가을은 겨울 쪽으로
뒤척이지 않았어.
호수 밖으로 걸어 나온
나의 머리카락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속에 세계가
맺히지 않았어.
호수 표면에 얹혀 있던 달이
나를 따라오지 않았어.
나도 달을 끌어내리지 않았고,
달과 내가 닿지 않았어.
달과 내가 다르지 않았어.
어둠에
덮여 있었고,
달은 물에
나는 뭍에
우리는 서로가
되려 하지 않았어.
달은
젊지 않았고
나는
태어나지 않았어.
젊지 않은 달.
태어나지 않은 나.
나란히.
달이 잠들고,
내가 잠들고,
어둠이 잠들었지만,
우리는 이 꿈을
꿈 밖으로
옮기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