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밝아 보이는 세계
불을 부른다
불은 불리며 짖는다
불은 구름 아래로
언덕을 건너온다
비는 내린다
위를 거느리며 아래로
내린다 짖으며
불을 덮는 비
비를 덮는 불
불상을 보러 갔는데 너무 더웠다
우리는 포기하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우리의 소원은 우리와 함께 빠졌다
투명하고 긴 목줄을 쥔
해수관음상이
백사장에서 산책 시키는
검은 개가 보여
개의 영혼이
부처의 영혼이 보여
우리는 우리라 여겨지는
모래 위에 그려진
잠든 얼굴들을 보네
절은 전소된 후 다시
건축되었고 나무기둥
서까래 속에 살던 벌레들
모두 불탔고 우리는 노래했네
절의 영혼을
절의 전생을 달래듯이
죽은 사람 위해
과일을 던진다
바다 밀려오라,
밀려가라, 남김없이
우리는 영원히 이곳에 서 있을 것이다
바다와
바다를 향해 짖는 개
불상은 웃고 있네
우리도 웃고 있네
우리가 내일로 가듯이
개가 개의 집으로 돌아가고
헐거운 파도가 부서진다
죽은 사람이
죽은 과일이 부서진다
두 쪽으로 갈라진 바위들의
하나의 전생이 보여
산꼭대기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개
위아래로 웃는 개
움직임은 말이 없네
멈춤이 그러하듯이
나는 이 장례식을 오래도록
지켜보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