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황새가 넓은 뼈를 물어 왔다. 황새와 나는 오래도록 함께 살았고, 우리의 둥지를 짓기 위해 나는 한때 숲에서 발견한 죽은 나무의 속을 파냈다. 나무의 속이란 것이 이렇게나 깊구나 깊고도 깊구나 되뇌면서. (몸은 얼마나 깊이 파내야 다른 몸이 되는가?) 파내어진 나무의 속은 검고 거칠었다. 나무의 속이 나무의 곁에 쌓여 갔다. 나무 안에서 우리는 함께 밥을 먹고 노래를 부르고 이마를 맞댄 채 잠을 잤다. 둥지의 둥근 입구 너머로 흐르는 구름을 바라보았다.
황새가 넓은 뼈를 물어 왔다. 나무 둥지 입구보다 넓은 것이다. 뼈는 깨끗하고, 격렬하고, 죽은 나무 안에 두기에 알맞지 않다. 우리의 연약한 잡동사니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뼈는 황새나 나의 몸속에 있는 편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렇게나 넓은 뼈는 우리에게조차 적당하지 않을 것이다. 살을 찢고 튀어나올 것이다. 게다가 이미 많은 뼈가 그곳에 있어 황새와 나를 삐그덕삐그덕 걷거나 날게 한다. 황새의 다리는 가느다랗다. 나의 날개뼈는 돌출되었다. 부싯돌 소리를 내며 황새는 나를 끌어안는다.
황새가 넓은 뼈를 물어 왔다.
넓은 뼈는 하얗고 영원해 보인다.
생물로부터 갓 꺼내어진 것처럼 보인다.
이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넓은 뼈로 풀잎 하나를 덮었다.
넓은 뼈로 무덤 하나를 덮었다.
넓은 뼈로 악몽 하나를 덮었다.
(이건 잘 덮이지 않네, 다시)
넓은 뼈로 병원 하나를 덮었다.
넓은 뼈로 사찰 하나를 덮었다.
넓은 뼈로 안개 하나를 덮었다.
넓은 뼈로 국경 하나를 덮었다.
넓은 뼈로 행성 하나를 덮었다.
넓은 뼈의 그늘 안으로 많은 벌레들이 기어와 잠을 잤다. 많은 벌레들이 그곳에 많은 알들을 낳았다. 많은 알들이 갈라져 많은 벌레가 되었다. 많은 벌레는 많은 나무를 기어 오르지만 우리의 죽은 나무는 여전히 죽어 있고, 우리는 그 속에서 밥을 먹고 노래를 부르고 잠을 잔다. 우리의 갈비뼈를 나무의 골반에 기댄다.
밤비행을 떠난 황새를 기다리며
나는 둥지 안에 있다.
둥그렇게 잘린 어둠 위로
그가 새기는 가느다란 직선과 곡선을 본다.
꿈의 천을 꿰매는 새하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