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지우기
언제부터인가 자꾸 구름에 대한 시를 쓰게 되어 곤란하다. 분명히 다른 시를 쓰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읽어보면 구름에 대한 시가 되어 있다. 화자가 자꾸 구름을 보거나 구름이 되려고 하고 화자가 없어도 구름이라는 말이 등장해서 시의 내부를 둥둥 떠다닌다. 구름을 말릴 수도 없고 그냥 쓰지만 다 쓰고 나서는 구름을 지워야 한다.
그래서 한 번은 구름으로만 이루어진 시를 쓰려고 했다. 구름의 이름만 가지고 시를 써 보려 한 것이다. 구름을 부르는 말이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새털구름, 뭉게구름 같은 순우리말부터 적운, 채운, 권운 같은 한자어까지 떠 있는 높이와 생김새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어 있었다. 그 이후로 구름을 볼 때마다 구름의 이름을 함께 떠올리게 되었다. 저건 적운이야 저건 새털구름이야 이렇게 생각하다가 젊은구름? 오리구름? 이런 식으로 없는 이름을 지어 부르기도 했다. 부를 때마다 구름이라는 이름으로 뭉쳐 있던 구름들은 서로 다른 개체로 갈라졌다. 그것도 잠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시 보면 그 구름은 사라지고 없었다.
구름이 어떻게 생기는지 어떻게 사라지는지 모른다. 생기고 사라진다는 사실만을 안다. 사라진다는 것은 비가 되어 내리거나 더 이상 동일한 형질의 물리적 상태로 머물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것이 내 시야를 벗어났다는 뜻이다. 혹은 내가 기억하는 그 모양으로 구름이 하늘에 머물러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구름의 이름으로만 쓰려던 시는 실패했다. 이름만 적어놓으니 구름이 구름 같지 않아서였다. 구름은 단지 구름이라는 넓은 단어로서 다른 문장들 사이에서 갑자기 솟아오르거나 흩어지는 편이 구름다웠다.
자꾸 구름에 대한 시를 쓰게 되는 이유는 내가 구름다운 것들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구름다운 시를 쓰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다. 구름은 만질 수 없지만 보송보송해 보이고, 자신과 닿는 대상을 튕겨내거나 거절하는 대신 스스로 무너져 내릴 것 같다. 구름을 만지듯 피아노를 만지는 부드러운 손길을 떠올리며 올라프손의 연주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