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
우리의 잠이 우리의 재료라고 했다. 너의 잠이 나의 현실이라고 했다. 나의 현실이 너의 잠이라고 했다. 매일 같은 창을 닦는다고 했다. 창이 안쪽을 비춘다고 했다. 창이 안팎을 혼동한다고 했다. 닦을수록 거세게 흐릿해지는 중첩이 있다고 했다. 중심은 뒤돌아보는 눈의 나란한 배열로부터 온다고 했다. 뒤돌아보려는 이목구비를 헝크는 피로가 있다고 했다. 뒤돌아보는 겨울의 나란한 세부로부터 봄이 온다고 했다. 똑같은 나무의 똑같이 앙상한 뒷모습들이 펄럭이고 있었다. 너를 부르는 소리는 우리의 간격을 배회하다 말이 되려 하고 있었다. 모르는 언어가 생성되려 하고 있었다. 매일 똑같은 산책을 한다고 했다. 매일 똑같은 배회와 매일 덧씌워지는 궤적의 새로움이 있다고 했다. 매일 똑같은 약속을 한다고 했다. 멀어지지 않는 실감이 있다고 했다. 매일 같은 구멍이 뚫리는 시간을 덮고 잠든다고 했다. 매일 똑같은 안팎이 혼동된다고 했다. 문을 두드리는 법을 잊었다고, 문을 한 꺼풀씩 벗겨내고 있다고 했다. 한 겹의 문을 벗겨내는 손이 덧대지고 있었다. 손들이 시끄러운 움직임을 만들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리고 했다. 누군가 갓 지은 밥 냄새를 풍기고 누군가는 차를 끓여오고 누군가는 술잔을 부딪치며 우린 매일 같은 말을 반복했다. 반복만이 새로움을 만들 거라고 누군가 매일 같은 말을 했다. 구멍이 가득한 것을 덮고 있었다. 우리는 잘 볼 수 있었다. 나눌 수 있는 이름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더 보려고 했다. 모두 다른 마음으로 모두 다른 창을 보고 있다 해도 시작되는 시간이 있었다.